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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 사용법 몰라 사흘 굶은 할머니

언뜻 보기에도 새 것으로 보이는 밥솥을 들고 천안 동남서 병천 동면파출소를 찾아온 할머니가 있었다. 한참을 파출소 앞에서 망설이며 서성이던 할머니는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파출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할머니는 파출소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할 말이 있음에도 선뜻 입을 열지 않았다. 파출소 직원은 "할머니 뭐 도와드릴 일 있으세요? 가족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말씀하세요" 라고 몇 번을 권했다. 이에 할머니는 나지막히 입을 뗐다. "사실 내가 시장에서 전기 밥솥을 샀는데 이게 고장이 났는지 밥이 되질 않아.  나 혼자 가면 바꿔주지 않을 테니 경찰관이 밥솥 가게에 같이 가서 바꿔달라고 해줬으면 해서..." 천안 동남 수남리 산골 오지마을에 홀로 거주하는 할머니(84)는 얼마 전 큰 맘을 먹고 전기 밥솥을 구매했다. 하지만 쌀을 씻어 넣고 전기를 꽂아도 전기 밥솥이 되지 않아 3일 내내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혼자 고민을 하다 밥솥을 직접 들고 그 먼 거리를 걸어 파출소를 찾아 왔던 것. 할머니의 딱한 사연을 들은 파출소 직원들은 곧바로 할머니의 고민 해결에 나섰다. 일단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가 들고 온 밥솥에 물을 넣어 끓여 봤다. 고장난 줄 알았던 밥솥은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다. 할머니의 말씀처럼 고장이 난 것이 아닌 신형 전기밥솥을 처음 써본 할머니가 작동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이 광경을 지켜보던 파출소 직원들의 마음이 먹먹해졌다. 어디에 물어보지도 못하고 3일동안 혼자 속을 태웠을 할머니가 떠올랐다. 밥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파출소 직원들은 할머니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을 드리고 순찰차로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직원들은 몇 번에 걸쳐 차근차근 할머니께 전기밥솥 작동법을 알려드리고 직접 밥을 해서 식사까지 차려드렸다. 할머니는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몰라서 바쁜 경찰 분들 힘들게 했네 그려. 미안해서 어쩌나..." 밥상을 차려드리고 돌아서는 경찰관을 집 앞까지 나와 배웅하시는 할머니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할머니 집을 방문해 직접 밥을 했던 김재남 경사는 "경찰 생활 20년 만에 처음 겪은 사건이었고 난생 처음으로 밥을 해봤다"며 "혼자 애태우며 고민했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상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아날로그에 익숙한 우리 윗세대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이 오히려 낯설지 모른다. 좋은 약, 좋은 전기제품, 용돈을 드리고 자기만족을 하기 보다는 살아계실 때 한번 더 찾아뵙고,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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