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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커

111년 만의 폭염에도 여전히 '손수레' 미는 다산신도시 아파트

지난 4월 '택배대란'이 있었던 다산신도시 택배기사들은 111년만의 폭염에도 손수레로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날 다산동의 기온은 38도를 넘나들었다. 한 택배회사 소속 A씨는 1615세대나 되는 이곳의 택배를 혼자 배달하고 있었다. 함께 돕고 있는 B씨는 퇴근 후 잠시 들러 그의 택배운반을 도왔다. A씨는 오후 1시쯤 아파트 정문 주차장에 택배차량을 세웠다. 지하주차장이 있지만 층고가 낮아 택배차는 진입이 불가능하다. 그는 익숙하게 차에서 내려 물품을 손수레에 실었다. 정문 주차장부터 아파트 건물까지의 거리는 128m다. 할당된 택배를 다 배달하려면 이 거리를 최소 20번에서 최대 30번 왕복해야 한다. A씨는 이 아파트에 일주일 내내 출근한다.  근무시간은 하루 7~8시간 정도. 때에 따라 동료 택배기사가 함께 출근하지만 이날은 A씨 혼자 물량을 다 돌려야 했다. 택배량은 매일 평균 180개, 많을 땐 200개에 달한다. 얼마 전에는 현기증이 와 쓰러질 뻔 했다는 A씨는 '쿨매트'처럼 부피가 큰 품목을 들다가 허리나 다리에 통증을 느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휴식 공간도 마땅치 않아 끓는듯한 시멘트 바닥에 앉아 숨을 돌리는게 전부. 할당된 택배를 전부 돌리려면 아예 쉬지 못할 때도 있다. 다산 신도시 택배대란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한 장의 사진으로 네티즌에게 알려졌다. 아파트 관리소장 명의로 작성된 공고문은 제목부터 황당했다.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택배)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였다. 많은 네티즌들은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택배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택배기사 전화 관련 대응 지침이 상세히 적힌 것도 네티즌의 분노를 자극했다. 주민들은 단지 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지만 여론은 등을 돌렸다.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실버택배' 도입안을 마련하며 중재에 나셨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금 특혜 지원 논란으로 무산되며 결국 택배업체와 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A씨 소속 택배업체 외의 업체는 저상차를 이용해 지하를 통해 배달을 하고 있다. 손수레를 이용하는 택배는 A씨 뿐이다. 그리고 A씨가 뜻밖의 말을 했다. 자신은 아파트 주민·경비원과 사이가 좋다는 것. A시는 "더운 날에 힘내라고 격려해주기고 하고 김밥, 도넛, 박카스, 커피 등 먹거리도 많이 준다"며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좀 과장되어 보도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씨는 몇몇 주민과 평소 잘 아는 사이인듯 해 보였다. 한 동대표는 "논란이 된 공고문은 관리소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쓴 것"이라며 "택배대란 이후 아파트 측과 업체 측이 여러 방안을 협의했다. 전동카트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입주자 대표 회장직이 공석상태라 협의가 잠시 중단됐다고 알려졌다. 이는 다음주 중 선출될 예정이다. 주부 C씨는 “오늘같이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에도 택배기사님들이 주민들을 위해 일하시는 모습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D양도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이 더위에 매일 배송하는 모습 보면 안쓰럽다”면서 “집에 배송하러 오실 때마다 음료나 먹거리를 드린다”고 했다. 경비원  E씨는 “택배기사 대부분이 고정적으로 이 아파트에 출입하기 때문에 주민과 가까운 사이다”라며 “고생하는 택배기사들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크게 없다. 그냥 이 더위만 좀 수그러들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동카트가 들어올 수 있다는 소식에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일이 더 수월해질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몇몇 이기적인 주민들 때문에 일하기 싫을 때도 있다"며 "대놓고 '그건 택배기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면박을 준 주민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살짝 반감이 남아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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