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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치른 '홍합 한 그릇'의 보답

지난달 한 70대 노인이 미국에 거주중인 친구 부탁이라며 노란 봉투를 서울 서대문 경찰서 신촌지구대에 전달했다. 노란 봉투에는 2000달러 수표와 함께 자필 편지가 담겨 있었다. 편지는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라는 문구로 시작됐다. 편지를 쓴 장모씨는 1970년대 중반 강원도의 농촌에서 서울 신촌으로 와 고학생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어느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기진 채 귀가하던 중 신촌시장 뒷골목 홍합을 파는 리어카들을 만났다. 배가 너무 고팠던 장씨는 '돈은 내일 드리겠다', "홍합 한 그릇만 먹을 수 있을까요?" 라고 말했다. 아주머니 중 한 명이 선뜻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내줬다. 하지만 장씨는 그 다음날에도 돈이 없어 홍합 한그릇 값을 갚지 못했다. 이후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 간 장씨는 늘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그 친절하셨던 분께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는 죄책감이 든 것이다. 장씨는 편지에 "이제 삶을 돌아보면서 너무 늦었지만, 선행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에 돈과 함께 이런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동봉한 2000달러로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다"라고 썼다. 신촌지구대 황영식 대장은 장씨가 보낸 돈을 환전해 226만원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제에 전달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제(마봄협의제)는 지역 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장애인 1인 가구에 식품과 생활품을 전달하는 서대문구 산하 단체다. 황 대장은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연말에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신촌지구대장은"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 원하지 않았으나 선행해 감동해 그의 사연을 언론에 알릴 수 있도록 설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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